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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02

여행/2015_태국 2015. 8. 12. 06:44

동해에서 나이쏘이를 찾아가려고 쭉 내려가다 오른쪽을 보니 어딘가 낯익은 길.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들어가니 바로 거기가 2008년 이맘때 내가 매일 걷던 바로 그 길이었다. 천천히 산책하듯, 함께였던 사람을 떠올리며 걸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없어졌지만. 그리고 나같은 길치가 지도도 내려놓고 발이 이끄는대로 걸었더니 눈앞에 나이쏘이가 나타났다. 





-



스타붕 커피의 맛은 맥심도 아닌 맥스웰 아이스커피믹스 맛. 자뎅 믹스 맛. 






-



그 길을 걷는데 문득 다 떠올랐다. 이 여행사를 지날 때, 누구는 일주일동안 여기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땄대. 진짜? 응. 우리도 다음에 오면 꼭 그거 하자. 그래그래. 


그때 딱히 사이좋던 시기도 아니었는데 그래그래 우리 다음에는, 그랬지. 치밀어오르는 이상한 감정이 있다. 사람도 내가 살아온 시간도 그때의 방식도 다 지나갔지만 괜찮다. 난 지금 누군가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


긴 여행. 고되다. 
선택의 연속. 
여행도 일상과 다를 것 없는 나. 
오히려 더 피곤할 수도. 
난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몸. 
그래서 선택지가 많고
그게 너무 고되다. 
일일이 다 선택. 
방도 밥도 갈곳도 할일도
쉴새없이 선택해야 하는데 
방은 천개 맛집은 만개. 


-


다니면서 늘 생각한 게 짐이었다. 
짐 스트레스. 
물건이 하나 늘 때마다 당장의 무게와 기내수화물 10kg 제한을 고민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태국 세탁소에 맡긴 티셔츠들이 다 늘어져서 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나름 좋아하는 티셔츠였는데. 작년 이맘때 산..

물건을 버리는 것도 연습했다. 남은 세면도구를 다 버렸다. 역시 짐 무게 때문이었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남은 걸 버린다는 아까움과 해방감이 함께 느껴졌다. 운동화도 버렸다. 지난 일년간 '데일리'로 신고다닌 편하고 촌스러운 아식스 러닝화. 뒷축의 스펀지가 다 뜯어져서 버릴만도 했지만 버려지는 곳이 태국이라는 것은 이상했다. 내가 태국에 운동화를 버렸구나. 짐을 줄이기 위해. 나에게 뭘 버린다는 게 흔한 일이 아니라 이 모든 게 신기하다. 다음 여행엔 작은 배낭에 티 하나 바지 하나 속옷 하나, 세면도구만 넣고 올 것이다. 

외로움과 애인 구함을 데려간다. 그게 한국까지 얌전히 있어주려나?


-


빨리 가서 내 삶 만들어야지. 
하고 싶은 거 해야지. 

태국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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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01

여행/2015_태국 2015. 8. 12. 06:35
자전거를 타고 아무 곳으로나 흘러가던 중 영화처럼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비를 피하기 위해 운명처럼 그곳으로 들어섰다...... 

낯선 클래식.. ㅋㅋ
맛있는 커피.. ㅋㅋ

다음에 치앙마이에 오면 꼭 여기에 묵을 것이다. 마당에 클래식이 흐르는 근사한 까페가 있고 왼쪽으로 20걸음만 가면 쿤케쥬스바가 있는 조용한 골목. 

Arte. 





-


안부를 물어주는 게 좋다. 그게 아무리 먼 사이일지라도. 
어쩌면 그런 사이일수록 쉬운 일일까. 아니 그냥 그사람이 그런 사람인 걸까. 

늘 내 안부를 물어주던 친구가 안부를 묻지 않아 섭섭해하다가.. 나는 친구의 안부를 물었던가? 내가 더 이상하다. 



-



나는 이역만리에서 이리도 외로운데 왜 선물 사다줘야 할 사람들이 많은가. 알 수가 없다. 나는 외로울 필요가 없는 것인가.



-



외국에 많이 다녀야겠다. 
한국도. 
세상은 넓고 은근히 가깝다. 
일본은 코앞이네. 

구글맵을 사랑하게 되었다. 
망고를 깎아서 가지고 다니면 발효된다. 


-


슬리핑 열차 완전 좋다. 편하고 아늑하고 깨끗하고 낭만 쩔어. 
자는 동안 도착해있는 것도 요술 같아. 

여행을 정리하기에 딱 좋은 공간. 

설국열차 생각도 나고.
내 사는 땅이 쳇바퀴처럼 돌더라도 내가 사는 시간만 다르다면..

저 달은 서울에서 보는 달과 같은 달이다. 
여기도 지구이다. 
달이 계속 따라온다. 

다음에도 이거 타야지. 

나는 외로운가. 
사람은 다 외롭건 말건 나는 외로운가. 
나는 외롭기 싫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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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_태국 2015. 8. 12. 06:29

하루는 반드시 간다. 내가 뭘 하든. 

내가 얼마나 집중하지 못하는지가 보인다. 
여기에 앉아서는 다음에 뭘할지를 검색하고 있다. 오늘이 아마 17일째. 내내 그랬다. 그래도 한국에 있을 때보단 많은 것을 했다. 책은 하나도 읽지 않았다. 내 삶을 내가 만들어가는 일이 왜 이리 어려울까. 돌아가면 외롭지 않겠지. 애인이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필요한 거니까. 그래도 서로의 40대를 공유할 사람을 원한다. 그래도 이렇게 우왕좌왕해서는 애인을 만나도 다를 게 없겠지. 

1. 내 일상을 만든다
2. 애인을 만든다
3. 독립을 한다

2번과 3번의 자리가 어떻게 바뀔까. 애인이 생기면 같이 살고 싶을 거고 난 독립의 경험이 없어지겠지. 

이별노래가 아닌 노래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무엇보다, 그런 노래가 좋을 수 있을까...



-



흐언펜.


너무 쉬고 싶었지만 오늘이 마지막일 테니. 난 아직 그 맛있다는 카우쏘이를 먹어보지 못했다. 힘내서 일어나 왓 쩨디루앙을 가로질러 흐언펜으로 향했다. '쩨디루앙을 가로질러서 식당에 간다'니. 너무나 근사한 삶이다. 하지만 너무 더워 쩨디루앙은 그저 가로질러가는 곳에 있는 건물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쩨디루앙 꼭대기의 철근을 보았다. 


카우쏘이는 레드커리국수에 닭다리가 하나 들어있는 음식이었다. 밥과 데친 야채와 돼지껍질튀김까지 시키니 130밧. 데친 야채를 찍어먹는 토마토 쌈장같은 게 제일 맛있었다. 제대로 된 식사를 위해 열심히 위장만들기를 한 보람이 있게 실컷 먹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세븐일레븐에 들러 왕요구르트를 샀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가득했다. 오늘 도이수텝을 안간 건 잘한 것 같다. 

백인 투성이라고 그들을 비하하는 건 한번도 보지 못했다. 어디에나 있는 진상(특히 한국에 많음)이 중국에도 있는 것 뿐인데. 그러나 어제 새벽 2시까지 쿵쾅거리며 떠든 내 윗방 중국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니 욕이 절로 나오긴 했다. 이 망할 짱깨들아! 뭐 이 조센징아?



-



여행이 길어지니 모든 게 귀찮다. 클리어하지 못한 관광지도 맛집도. 그냥 쉬고 싶다. 



-



11시에 가면 늦는다는 싸앗어묵국수집 스페셜메뉴 돼지등뼈탕을 먹기 위해 10시 30분쯤 도착했다. 입구에서 끓고 있는 커다란 두 냄비엔 등뼈가 없었다. 나는 당황하였지만 나도 모르게 즉시 두 유 해브.. 포크.. 라고 말한 뒤 내 등뼈를 쭉 훑어보였다. 모두가 ??하고 있는 가운데 똑똑해보이는 여자애가 알아들었다는 듯 태국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 돼지등뼈탕 달라는 듯. ㅋ 
에? 어디서 듣고 왔대?
관광객 아니야?
줘 말어?
남은 거 있어?
이따 우리 점심 먹을 거 정도?
줘줘 그럼.


그렇게 받은 돼지등뼈탕엔 살이 많이 붙은 돼지 등뼈 2개가 들어있었고 국물은 맑았다. 매우 깔끔하고 달지 않고 맛있는 갈비탕 같았다. 고추가루를 넣으니 그냥 한국음식이었다. 고기는 조금의 뻑뻑함도 없이 아주 부드럽고 맛도 좋았다. 위장의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밥 포함 47밧. 완전 추천.


밥을 먹고 바로 옆집에 있는 100% 과일쥬스 집에서 페트병에 들어있는 수박쥬스를 샀다. 수박 다 먹고 남은 수박물 맛이었다. 종류는 다르지만 수박쥬스 역시 쿤케쥬스바가 최고다. 돌아나와 쿤카마사지 옆 에어컨 가동 중인 까페에 들어왔다. 블로그 추천글을 보고 왔는데 아이스아메리카노에선 원두 볶은지 3개월쯤 지난 맛이 났다.


아이스아메리카노는 매주 금요일 2-6시 삼왕상 근처 뒤뜰에서 열리는 파머스마켓이 1등. 
님만해민 꾸로띠 옆 리스뜨레또 2등. 
왓프라씽 근처 akha ama 3등. 
올드시티 내 와위, 칼디, kaffe101 비슷. 
여기 완전 꼴등.


지금 비가 온다. 5월 23일 이후 처음 보는 비다. 좋다.







존맛, 쪽 솜펫.




아로이디의 코코넛은 내가 알던 코코넛과 다른 것이었다.






페이퍼스푼.




페이퍼스푼의 티와 스콘. 





토요마켓의 돼지고기.




싸앗 어묵국수집의 돼지등뼈탕.




흐언펜의 카오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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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_태국 2015. 8. 12. 06:22

태국에서 느낀 것


1. 더위는 피해야 한다
ㅡ 더울 때는 무조건 시원한 곳에서 쉰다

2. 먹으면 찐다



나는 한적한 걸 좋아하지만 20일동안 한적한 건 힘들었다. 소음을 싫어하지만 게스트하우스 안에 나 혼자 뿐인 것은 외로웠다. 중국인이 빠이와 치앙마이를 점령했다고 하지만 새하얀 사람들이 가득찬 곳에서의 노란 얼굴들이 고마웠다. 

내 집에서도 매일 뭘 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오전을 보내듯 여기서도 그랬다. 그래도 마감 안에 클리어할 것들이 정해져있으니 훨씬 낫다. 하는 일이 없는 것같지만 난 여기서도 늘 피곤하고 수면부족이다. 

여기 와서 생긴 좋은 습관. 눈뜨면 바로 세수하고 매일 썬크림을 바르는 것. 

결심. 

1. 눈을 뜨면 씻고 나간다. 
2. 나가서 음악을 만든다. 
3. 오후에 매일 까페에서 3시간씩 보내고 노트북을 갖고 다니며 글을 쓴다. 
4. 운동을 한다. 
5.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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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_태국 2015. 8. 12. 06:21

망고찰밥에 도전해보았다. 


이것은 밥의 모양을 한 떡이다. 
달콤한 떡. 
연유와 땅콩이 뿌려진 떡. 
이것은 디저트다. 



-


생각해보면 많은 것이 시큰둥하다. 사원도 트래킹도. 어제 코끼리 타고 걷는 건 최악이었다.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치앙마이 당일 트래킹보다는 북한산 계곡에 친구들과 오르는 게 더 행복했다.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그간 계속 먹고 싶었지만 정식 식사에 밀려 못먹었던 타이식 오믈렛을 먹고 늘 지나치기만 했던 빵집에 들러 빵을 산 후 쿤케쥬스바에 가서 abcdefghijklmn 3개씩 섞어놓아 결정장애를 5분간 고민하게 하는 스페셜메뉴 말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원앤온리 땡모반을 시켰다. 앉아서 빵과 땡모반을 먹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달려 akha ama 까페에 와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오는 길에 본 온도계에는 39도라고 적혀있었다. 

람푸하우스 리셉션의 아가씨는 처음부터 계속 표정이 띠껍다. 너무 기분이 나빠서 방을 옮길까 검색을 해봤는데 여기저기 불평이 많다. 나한테만 그런 건 아니라는 것이군. 그렇다니 신경이 꺼진다. 괜찮아지는 게 이상하다. 사실 나의 무표정을 이런 곳에 오면 새삼 자각하게 되는데 서양사람들은 인사도 잘하고 웃어. 그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무서워보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쌤쌤이다. 친절하지도, 불친절하지도 않은 곳이 좋다. 그러나 20일의 여행동안 외로움에 허덕거리는 지금은 쿨한 반남싸이 여자주인보다는 쭈영쭈영 부르며 늘 질문해주고 웃어주던 시리 남자주인이 고마웠다. 


-


람푸에 와서 처음으로 티비를 켰다. 또 오랜만에 욕구도 느꼈다. 뭐든 하고 싶은 욕구. 어제 자정 쯤에 누가 시리 방문을 두번 두드렸다. 저기요.. 하는 남자 목소리였는데. 모기 때문에 불을 켜고 자고 있던 중이라 그냥 잤다. 태국에 와서 놀아보고 싶었는데. 4일 남았네..

방이 좋다. 수영장 없다 해도 좋다. 리셉션 상관없고 너무 좋다. 난 절대로 반드시 후진 게스트하우스는 이용하지 않겠다.


-


짚라인을 하러 들어가는 트럭은 계속 빵빵거렸다. 처음엔 나 신났어 빵빵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길이 좁아 지금 이쪽에서 가고 있으니 너는 중간중간 공간이 있는 곳에서 정차하라는 신호였다. 

나 여기 있어. 들려? 내가 가고 있어. 그러니까 너는 오지마. 내가 갈게. 기다려. 

그런 감성 돋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연애할 때가 된 거 같아...

사실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그때는 그랬다. 나야. 나. 나 여기 있어. 나라구. 나. 나나나나나나. 그렇게 생각해서 그냥 웃겼다. 


-


개는 왜 사는 걸까. 새는 왜 사는 걸까. 먹이사슬을 위해 존재할리는 없고. 매일 똑같은 더위 매일 똑같은 쓰레기통을 뒤지며 개는 왜 사는 걸까. 나는 왜 사는 걸까. 


-


천밧짜리 티셔츠를 들었다 놨다..
세일해서 700밧이었는데. 
23,000원..
흠...
한국에서라면 샀을까?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람푸 1박과 같은 가격이라니. 
그런 생각하면 참 인간이란 적응도 잘한다. 
이젠 다 귀찮고 힘들어서 그냥 한국식으로 계산하는 게 좋다. 
깎지도 않고 그냥. 
마사지도 고급으로다가. 

덥고 배부르고 힘들어. 
집에 가고 싶어. 
근데 아직 ㅠㅠ 님만해민 맛집을 못갔어. 
움직일 힘도 없는데. ㅠㅠ








akha ama.








칸자나. 





창프악 야시장의 족발덮밥.







파머스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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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_태국 2015. 8. 12. 06:07

사람이 있기만 해도 됐는데. 그냥 모르는 사람이라도. 

옆에. 옆방에. 옆테이블에. 

식당에도 혼자, 게스트하우스에도 혼자. 난 늘 혼자여서 외로웠나보다. 까페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니 이제 좀 마음이 놓이면서 긴장도 풀린다. 오늘 짚라인에서 만난 중국 아가씨들이 같이 사진 찍자고 말해준 것도, 바이바이 인사 해준 것도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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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_태국 2015. 8. 12. 06:04
할 일이 너무 없다. 빠이 버스터미널에서 7시에 미니밴을 타고 출발. 치앙마이 도착하니 10시. 아야서비스는 날 픽업하러도 왔었는데 이 버스는 그냥 터미널에 틱 내려줘서 잠시 패닉에 빠짐과 동시에 뚝뚝 원헌드래드 택시 원헌드레드 등이 다가왔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가 썽태우를 타고 타패로 왔다. 포티밧을 외치길래 노노 투앤티밧 했더니 손가락 3개를 펴길래 그냥 탔다. 

타패에 내리니 너무 익숙한 그 동네. 더 무거워진 배낭이 힘겨워 후보 게스트하우스 중 가장 후기가 많은 시리로 향했다. 어차피 주초에는 트래킹 위주로 할 예정이라 싼 게 낫겠다 싶었다. 시리 아저씨는 예상대로 친절하고 매니매니 디스카운트 해주었다. 1300밧짜리 트래킹을 650밧에, 2000밧짜리 짚라인을 1000밧에 해주면서 방값 깎는 거보다 이게 낫지? 라는 식으로 말했다. 정말 백배 나았고 아저씨에게 마음이 갔다. 심지어 어느 누구의 영어보다도 잘 들리는 콩글리쉬 스타일로 말해주어 내가 다 알아들을 정도였다. 그게 진짜 글로벌이지. 코리안도 어메리칸도 알아듣는 영어. 빠이에서 버내너로띠를 달라고 했더니 못알아들으며 빠나나? 라고 되물었을 때 나의 일빵빵 발음 공부 2개월이 스쳐지나가며 욕망의 덧없음을 느꼈다. 

내일은 짚라인, 모레는 트래킹을 예약한 후 400밧짜리 방에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웠다. 이 방이 참으로 후줄근하게 느껴졌다. 도이수텝에 갈까 하다가 썽태우를 2번 갈아타는 모든 과정이 귀찮게 느껴져서 아무것도 안하기로 결정했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밥을 먹으러 칸자나로 갔다. 친구들과 갔을 때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는데 오늘은 텅 비어있었다. 그때 먹어보지 못한 볶음밥을 시키고 차옌도 시켰는데 끝까지 차옌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 일어서기 전 머릿속으로 일빵빵에서 배운 걸 되새겼다. 
나는 않았다. I didn't. 차를 마시지. Drink tea. 그리고 계산대 앞에서 100밧을 요구하는 여자에게 아이 디른 드륑 티.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오 아임쒀리 아까 내가 고투더말켓 어쩌고 했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 영어가 생각이 안나고 계속 컵쿤카만 생각이 나서 오케이오케이만 하다가 나왔다. 

목요일에 입실할 람푸하우스를 찾아갔다. 쿠쥬 쇼미더룸? 했는데 내가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인지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크게 스탠다드룸. 쇼미. 그랬더니 보여주었다. 방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창가의 불투명한 커튼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정말 더 바랄 것 없는 수준이었다. 반남싸이, 반쑤언, 시리를 거친 내 눈에는 그저 행복이 가득한 방이었다. 이너프포라이프 예약에 실패한 바람에 남은 4박을 예약하고 나오는 길에 계산을 해보니 시리보다 거의 2배 가격이지만 사실상 매일 밤 11,500원만 더 내면 저런 곳에서 잘 수 있는 것이었다. 계산이 뒤죽박죽이다. 난 정말 11,500원을 만들 수 없는 것일까, 2배 가격을 참을 수 없는 것일까.

커피를 마시려고 작은 까페를 찾는데 잘 보이지 않아 어디서 본 듯한 칼디커피에 들어왔다. 아이스아메리카노 노슈가를 시켰는데 달콤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나왔다. 도이창 커피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분위기는 93년 쟈뎅 스타일. 그때는 커피숍에서 오래 앉아있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너무 심심하다. 진짜. 돌아보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거리든 나든. 

그래도 이번 여행의 성과는 이제야 내가 원하는 여행 스타일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 일찍도 알았다 싶다. ㅎㅎ 

다시 한번 정리.

1. 숙소가 3성급 이상일 것 
ㅡ 깨끗
ㅡ 벌레 없음
2. 테라스가 있을 것
3. 타운 안에 있을 것
ㅡ 사람이 너무 없거나 너무 외진 곳은 무서움
4. 노트북을 가져갈 것 
5. 매일 까페에 갈 것
6. 투어는 조금만, 경치 좋은 곳에 오래 앉아있는 것을 위주로



-


자전거를 타고 나이트바자에 갔다왔다. 

온갖 고수가 거기에 다 모여있었다. 오픈마이크 데이를 맞이하여 상기된 표정으로 백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관객은 99% 백인이었다. 
맥주를 두병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더 있고 싶었지만 더 늦으면 무서울 것 같아 서둘렀는데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 







SP 까이양. 치킨 반마리.






나이트바자. 지나가다 우연히 본 이 팀 진짜 좋았다. 자세히 들으려고 맥주 시켰는데 끝나서 가버림. ㅠㅠ




백인이 우글우글한 블루스 라이브 바. 연주는 좋았지만 소외감 느껴서 금방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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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4

여행/2015_태국 2015. 8. 12. 05:55

오늘은 그 흔한 비도 오지 않았다. 썬데이 모닝에 있다는 잉도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리는 파머스마켓이 오늘의 첫번째 목적지였다.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쨍쨍 내리쬐는 햇빛을 받으며 구글맵에 의지하여 가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파머스가 모였다가 손님이 안오니까 가버린 걸까. 어제 열었던 가게가 오늘은 닫혀있기 일쑤라 그냥 그러려니 했다. 정말 사람이 없다. 낮엔 그렇다 쳐도 밤에도 없다. 야시장을 5번 나와봤지만 늘 같은 물건이다. 재고가 채워지는 일도 없다. 사고 싶던 무지개 티셔츠를 사지 못했다. 언제 재고 들어오냐고 묻고 싶었지만 늘 그렇듯 아무말 못하고 쓸쓸히 나왔다. 


어제는 나방떼가 기습했었다. 눈보라처럼 나방이 날아다녀서 이게 티비에서 보던 종말의 기운인가 했다. 그러나 이미 티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말은 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단순히 불편함만 느꼈다. 그러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나방떼가 대부분 사라졌다. 다른 지역으로 간 건지, 비에 쓸려 죽은 건지, 대피소로 잠시 숨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빠이강의 다리가 보이는 까페에 앉았다. 처음 온 날부터 점찍어둔 곳이었는데 마지막 날에야 오게 되었다. 살찐 부치가 주문을 받더니 갑자기 음악을 틀었다. 20년 전에 유행하던 팝. 왓츠업, 아빌립 아캔플라이 그런 노래들. 동네 아트샵에 있는 엽서나 디자인들도 다 20년 전에 멈춰있는 것 같다. 하나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빠이 기념품을 꼭 사고 싶어서 들었다놨다 하다가 내려놓았다.

또하나. 빠이는 공사 중. 방 잘못 골랐다간 공사 소리만 듣다가 간다. 

내가 맘에 든 곳은 

1. 빠이 캐년 (이걸 말할 때마다 속으로 빠이 암캐년이라고 말하게 된다. 왜지..)
2. 빠이 강변
3. 스쿠터를 연습하던 수요시장 뒤편 길
4. 반쑤언 숙소의 테라스
5. 수요시장 근처 661 까페 
- 여기도 건너편 공사 중이라 바로 일어났다. 까페는 고즈넉하고 좋았는데. 


여기에 와서 언어가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걸 새삼 알았지만 언어가 안되면 내가 원하는대로 살 수 없다는 것과 상대방의 짜증스런 얼굴을 봐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인사를 하지 않는지, 인사를 잘하는 게 얼마나 귀여운 것인지 알았다. 일 더하기 일은 귀요미. 그리고 늘 똑같은 무표정의 셀카의 원인은 내가 무표정으로 찍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깜찍이 표정을 짓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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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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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3

여행/2015_태국 2015. 8. 12. 05:42

나는 스쿠터 족도 아니고

자동차 족도 아닌
워킹 족이다. 
워킹 발.

스쿠터로 쉽게 올라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걸어오는 사람. 물론 오르막이 겁나기도 했지만 걷는 것에서 만족을 느낀다. 

"나는 두 발로 걷고
경치 좋은 곳에 오래 앉아있고
오후엔 숙소 테라스에서 기타를 치고
벌레없는 깨끗한 침대에서 자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1. 숙소가 좋을 것
ㅡ 깨끗
ㅡ 벌레 없고
ㅡ 앉아서 전망을 보며 쉴 수 있는 테라스

2. 걷기 (아주 가끔 자전거)

어디 찍고 어디 찍고 그러는 것보다
맘에 드는 곳에 주저앉아 오래 있는 게 좋다. 
빠이캐년이 그랬고 왓매옌이 그렇다. 조용하고 바람 불고 사람 없는 곳. 
비수기의 관광지는 이게 좋구나. 

왕불상 앞은 타오를 것처럼 뜨거웠다. 아무도 없었다. 나는 태국에 와서 처음으로 절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나의 안위를 짧게 빌었다. 

난새가 보내준 사진 속 공간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일년 전이라는데도 통해있는 느낌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의자에 앉았을까. 하지만 난 그런 것보다는 '그사람'이 앉은 것에 관심이 있다. 

다음에 빠이에 온다면 빠이캐년에 가서 3시간쯤 앉아있다 오고 싶다. 비수기 해질 무렵에. 

나에겐 아직 3일이나 남았지만 스쿠터는 이제 그만 타고 싶다. 무서워. 



-


스쿠터를 반납하니 갑자기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도그래도 하면서 하루 더 빌릴까 했는데 어쩜 이렇게 갑자기 빠이가 달라보이는지. 


지루한 이곳이 나중엔 그리울까. 
난 또 빠이에 올 일이 있을까?
나에겐 그리 매력있는 곳은 아니다. 예전의 빠이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술가의 마을, 홍대 분위기 그런 것보다는 그냥 자연이 더 좋다. 

다만 나는 리조트급 숙소에 묵을 돈이 없으므로 비수기 동남아에서 해봐야 되는데 음.. 아무래도 혼자는 그렇지?


-


난 아직도 갈팡질팡.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다가 계속 같은 자리만 빙빙 도네. 
누가 정해주지 않으면 해보지도 않아. 
2014년에 만들어진 태사랑 지도만 보며 그대로 따라하고 있네.
기분좋은 어떤 우연한 시간이 오면 여기가 파라다이스인 듯 흥분하지만 그마저도 하루가 지나면 시큰둥하지. 
외롭다. 
이 숙소엔 나밖에 없어. 
그러나 나는 내일도 여기서 혼자 자야 하지. 
여행은 나를 만나는 것이라던데 나는 한국 가면 빨리 애인을 만들어야겠다. 영어선생을 만들든지. 

사실 애인이 아니더라도 관계가 없다는 게 외롭다. 거의 다 백인이고 거의 다 쌍쌍인데 나만 혼자니까 이중고다. 게다가 영어를 전혀 못하니 삼중고다. 어제 스쿠터 잠깐 가르쳐주던 아야서비스 태국청년의 느끼한 친절에 잠시나마 기대고 싶었다. 열흘도 안돼 향수병인가..

주말의 빠이를 기대했는데 다들 치앙마이 썬데이마켓으로 간다고. 내일은 더 휑하겠구나. 적어도 이 숙소에 한명만 더 들어왔으면. 

오늘 빠이 최고의 라이브클럽 비밥에 가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너무 멀고 스쿠터는 반납해버렸고 밤은 무섭고 졸리고.. 그것 땜에 빠이에 더 있는 것이기도 했는데. 
안녕, 만나보지 못한 집시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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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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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0

여행/2015_태국 2015. 8. 12. 05:27

너무 좋잖아. 

뭐가 하고 싶어지다니. 
나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었었는데. 

그냥 앉아있는데 좋다. 
어떻게 이렇지?


-


공연 보러 아트인차이에 왔는데 저 태국청년의 기타튜닝이 안맞아...

어제 본 스테이크하우스의 중년백인의 연주가 그립다. 
라고 쓰는데 목소리가 들린다. 
고운 목소리. 
자유로운 박자. 
생각나는 인디 가수가 있다. 
여기는 빵같은 곳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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