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너무 없다. 빠이 버스터미널에서 7시에 미니밴을 타고 출발. 치앙마이 도착하니 10시. 아야서비스는 날 픽업하러도 왔었는데 이 버스는 그냥 터미널에 틱 내려줘서 잠시 패닉에 빠짐과 동시에 뚝뚝 원헌드래드 택시 원헌드레드 등이 다가왔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가 썽태우를 타고 타패로 왔다. 포티밧을 외치길래 노노 투앤티밧 했더니 손가락 3개를 펴길래 그냥 탔다.
타패에 내리니 너무 익숙한 그 동네. 더 무거워진 배낭이 힘겨워 후보 게스트하우스 중 가장 후기가 많은 시리로 향했다. 어차피 주초에는 트래킹 위주로 할 예정이라 싼 게 낫겠다 싶었다. 시리 아저씨는 예상대로 친절하고 매니매니 디스카운트 해주었다. 1300밧짜리 트래킹을 650밧에, 2000밧짜리 짚라인을 1000밧에 해주면서 방값 깎는 거보다 이게 낫지? 라는 식으로 말했다. 정말 백배 나았고 아저씨에게 마음이 갔다. 심지어 어느 누구의 영어보다도 잘 들리는 콩글리쉬 스타일로 말해주어 내가 다 알아들을 정도였다. 그게 진짜 글로벌이지. 코리안도 어메리칸도 알아듣는 영어. 빠이에서 버내너로띠를 달라고 했더니 못알아들으며 빠나나? 라고 되물었을 때 나의 일빵빵 발음 공부 2개월이 스쳐지나가며 욕망의 덧없음을 느꼈다.
내일은 짚라인, 모레는 트래킹을 예약한 후 400밧짜리 방에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웠다. 이 방이 참으로 후줄근하게 느껴졌다. 도이수텝에 갈까 하다가 썽태우를 2번 갈아타는 모든 과정이 귀찮게 느껴져서 아무것도 안하기로 결정했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밥을 먹으러 칸자나로 갔다. 친구들과 갔을 때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는데 오늘은 텅 비어있었다. 그때 먹어보지 못한 볶음밥을 시키고 차옌도 시켰는데 끝까지 차옌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 일어서기 전 머릿속으로 일빵빵에서 배운 걸 되새겼다.
나는 않았다. I didn't. 차를 마시지. Drink tea. 그리고 계산대 앞에서 100밧을 요구하는 여자에게 아이 디른 드륑 티.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오 아임쒀리 아까 내가 고투더말켓 어쩌고 했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 영어가 생각이 안나고 계속 컵쿤카만 생각이 나서 오케이오케이만 하다가 나왔다.
목요일에 입실할 람푸하우스를 찾아갔다. 쿠쥬 쇼미더룸? 했는데 내가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인지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크게 스탠다드룸. 쇼미. 그랬더니 보여주었다. 방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창가의 불투명한 커튼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정말 더 바랄 것 없는 수준이었다. 반남싸이, 반쑤언, 시리를 거친 내 눈에는 그저 행복이 가득한 방이었다. 이너프포라이프 예약에 실패한 바람에 남은 4박을 예약하고 나오는 길에 계산을 해보니 시리보다 거의 2배 가격이지만 사실상 매일 밤 11,500원만 더 내면 저런 곳에서 잘 수 있는 것이었다. 계산이 뒤죽박죽이다. 난 정말 11,500원을 만들 수 없는 것일까, 2배 가격을 참을 수 없는 것일까.
커피를 마시려고 작은 까페를 찾는데 잘 보이지 않아 어디서 본 듯한 칼디커피에 들어왔다. 아이스아메리카노 노슈가를 시켰는데 달콤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나왔다. 도이창 커피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분위기는 93년 쟈뎅 스타일. 그때는 커피숍에서 오래 앉아있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너무 심심하다. 진짜. 돌아보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거리든 나든.
그래도 이번 여행의 성과는 이제야 내가 원하는 여행 스타일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 일찍도 알았다 싶다. ㅎㅎ
다시 한번 정리.
1. 숙소가 3성급 이상일 것
ㅡ 깨끗
ㅡ 벌레 없음
2. 테라스가 있을 것
3. 타운 안에 있을 것
ㅡ 사람이 너무 없거나 너무 외진 곳은 무서움
4. 노트북을 가져갈 것
5. 매일 까페에 갈 것
6. 투어는 조금만, 경치 좋은 곳에 오래 앉아있는 것을 위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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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나이트바자에 갔다왔다.
온갖 고수가 거기에 다 모여있었다. 오픈마이크 데이를 맞이하여 상기된 표정으로 백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관객은 99% 백인이었다.
맥주를 두병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다. 더 있고 싶었지만 더 늦으면 무서울 것 같아 서둘렀는데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




SP 까이양. 치킨 반마리.



나이트바자. 지나가다 우연히 본 이 팀 진짜 좋았다. 자세히 들으려고 맥주 시켰는데 끝나서 가버림. ㅠㅠ

백인이 우글우글한 블루스 라이브 바. 연주는 좋았지만 소외감 느껴서 금방 나옴.